‘하나님 나라 신학으로 읽는 요한복음’(복있는사람)은 구약학자가 쓴 요한복음 주석서다. 저자는 김회권(60) 숭실대 기독교학과 교수. 한국교회에 ‘하나님 나라 신학’을 널리 소개해 온 신학자다. 구약학자인 그는 왜 신약 주석에 도전장을 내민 걸까. 지난 2일 봄꽃이 만개한 서울 동작구 숭실대 캠퍼스에서 김 교수를 만났다. 그는 이 질문에 “구약 연구의 종점은 예수”라고 짧게 답했다.
“예수를 알고자 신약성경부터 본다는 건 소설을 마지막 장부터 보거나 햄릿을 3막부터 읽는 셈입니다. 미국 프린스턴신학대, 독일 하이델베르크대 등 해외 유수 신학교에선 신·구약을 하나의 연구 영역으로 봐요.” 서울대와 장로회신학대를 거친 그는 프린스턴신학대학원에서 성서신학석사 및 철학박사 학위를 받았다.
책은 구상한 지 13년 만에 완성됐다. 2006년부터 일산두레교회와 가향교회 등지에서 요한복음을 설교했는데, 구두 설교에 그치지 않고 견실한 주석서를 써보자고 마음먹은 게 계기가 됐다. 대학과 교회 강단을 오가다 보니 집필 기간이 길어져 지난 2월 안식년을 보낸 독일 하이델베르크대에서야 최종 원고를 마무리했다. 그는 “요한복음 속 예수의 고양된 언어와 거룩하게 도발적인 언동 하나하나에 공감이 되지 않아 오랫동안 고투했다”며 “그분의 언어에 담긴 암호 같은 메시지를 이해하기 위해 멈췄다가 다시 읽기를 반복했다”고 했다.
책에는 요한복음 전체 21장에 걸친 장과 장의 연속성 및 구조를 상세히 밝히는 내용이 적지 않다. 일례로 그는 가나 혼인잔치에 참석한 예수가 어머니를 ‘여자여’라고 부르는 2장과 예수가 십자가 위에서 어머니를 동일하게 부르는 19장을 주목한다. 두 장은 일종의 아치 구조로, 장차 일어날 일을 예고하는 ‘예언적 삽입 수사’ 기법이 사용됐다. 가나의 혼인잔치가 십자가 죽음과 연결돼 있다는 이야기다. 예수는 혼인잔치 당시 자기가 어떻게 죽을지 미리 알고 어머니를 ‘여자여’라고 부른다. 당신의 아들이 아니라, 하나님의 아들로서 공생애를 시작한다는 의미다.
많은 신학자가 요한복음을 연구했지만, ‘김회권 표’ 주석의 독창성은 구약과 예수의 거리를 좁혔다는 것이다. 일명 ‘구약성경의 빛 아래에서 요한복음 읽기’다. 예수는 구약성서의 핵심을 친히 ‘하나님 나라’라고 요약한다.(요 5:38~39·46, 18:36) 김 교수는 그분의 관점대로 요한복음을 해석하는 시각이 필요하다고 봤다.
예수의 표적을 기록한 부분에서도 행간에 심어진 구약의 메시지를 발견할 수 있다. 오병이어 기적은 이스라엘의 광야 시절을 상기시키며, 예수가 모세가 말한 그 선지자(신 18:15~18) 이상임을 가리킨다. 김 교수는 “요한복음의 예수는 이스라엘 민족 구원사에 대한 선(先)이해를 전제하고 말씀한다”며 “요한복음도 이스라엘 민족이 인류를 대표해 하나님 백성으로 부름받아 응답하는 창세기 내용을 해석하는 형태를 취한다”고 했다. 그래서 그리스도의 부활에는 이스라엘 민족을 넘어 인류의 죄가 용서됐다는 의미가 있다.
보설엔 도올 김용옥의 ‘요한복음 강해’를 비판하는 내용을 담았다. 도올의 구약 폄하와 신·구약 분리 시도의 문제점을 지적한다. 그는 “도올은 19세기 독일 역사비평학의 영향을 강하게 받았다. 구약의 하나님은 분노 조절도 안 되는 열등한 존재고, 예수는 지고지선의 신이란 게 당대의 논리”라며 “성서신학이 발전하면서 이런 논리는 낡은 이론이 됐다. 구약과 예수를, 바울과 예수를 분리하며 기독교를 ‘통일성 없고 모순 가득한 문서를 믿는 종교’로 폄하하는 것은 가짜뉴스급 논리”라고 했다. 또 “도올의 ‘요한복음 강해’는 불트만 등 기존 연구자의 2차 자료에 과도하게 의존한다”며 “(도올이) 논어를 푸는 데는 탁월하지만, 성서 연구엔 치열함이 부족하다”고 평했다.
11년간 한국기독대학인회(ESF) 간사를 지내고 18년째 숭실대에 몸담은 그는 유독 청년과 인연이 깊다. 4·15 총선을 앞두고 기독 청년의 투표에 관해 물었다.
“기성세대가 만든 세상이 청년의 눈에는 ‘가건물’로 보일 수밖에 없습니다. 청년세대에 맞는 세상을 만들려면 ‘거룩한 불만’을 품고 투표하십시오. 투표만이 정치를 바꿀 수 있습니다.”
양민경 기자 grieg@kmib.co.kr